꿈속에서 눈을 떳을 때 나는 눕혀진 채 위를 바라보고 있었고, 암실에 있는 유일한 창문 앞에 서 있듯 내 시선이 향한 곳만 빛을 허락하고 있었다. 어느 노인이 삽을 들어 올려 나를 향해 흙을 던져 내렸고, 난 내가 무덤안에 누워 있음을 알 수 있었다.
내게로 쏟아져 내리는 흙과 뒤엉킨 희미한 단어들. 반딧불처럼 반짝이며 사랑, 영원, 믿음, 희망, 영혼, 꿈 등의 형태로 피어 올랐다. 순식간에 바랍속으로 휘발 되었다. 이 단어들은 내 몸을 뒤덮으며 구더기들이 되어 순식간에 번식하며 동시에 부패했다.
내 시선은 어느 순간 무덤 위에 서 있는 노인의 눈으로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고, 나는 흙으로 무덤을 매운 후 표면을 삽으로 툭툭 쳐 땅을 다졌다. 이마에 고인 땀을 손등으로 닦아내고 돌아섰더니 수천만 개의 비석을이 나를 맞이 했다.
각 비석에 새겨진 것은 이름이 아닌, 내가 지난 몇년동안 일상에서 단 한번도 들은 적이 없는 낯익은 단어들.
내가 묻은 건 나였고, 날 묻은건 나였다.
[출처] 魂. Map the soul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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